암호화
비트코인을 암호화로 거래 내용을 숨기는 돈이라고 오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전체장부는 누구나 읽고 검사할 수 있도록 공개되어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암호학을 활용하는 방식과 암호화의 역할은 구분해서 이해해야 합니다.
암호화란 무엇인가
암호화는 열쇠를 가진 사람만 내용을 읽을 수 있도록 데이터를 잠그는 기술입니다. 원문을 알아볼 수 없게 뒤섞은 뒤, 짝이 되는 열쇠를 가진 사람이 다시 원래 내용으로 되돌립니다.
인터넷 통신은 엽서와 비슷합니다. 중간에서 누군가 집어 들면 내용이 그대로 보일 수 있습니다. 메신저 대화, 은행 앱의 비밀번호, 카드 번호처럼 보호해야 하는 정보는 여러 중간 지점을 거쳐 이동하므로 암호화가 없다면 길목에 선 사람이 내용을 읽을 수 있습니다.
암호화는 편지를 잠긴 상자에 넣어 보내는 일과 같습니다. 배달부는 상자를 운반할 수 있지만 안을 볼 수 없고, 열쇠를 가진 사람만 상자를 열어 원문을 읽습니다. 핵심은 내용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을 줄이는 데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장부는 잠겨 있지 않다
비트코인의 전체장부는 유리 게시판에 가깝습니다. 어떤 돈이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했는지 기록이 공개되어 있으며, 누구나 읽고 검사할 수 있어야 이 구조가 작동합니다.
잠긴 상자는 숨겨야 할 내용이 있을 때 읽는 사람을 줄이는 도구입니다. 반면 유리 게시판은 많은 사람이 읽고 확인할수록 기록을 함께 검증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처음부터 공개되어야 하는 장부라면 내용을 가리는 암호화가 핵심 도구가 되기 어렵습니다.
비트코인에 필요한 두 가지 증명
비트코인의 장부에는 숨겨진 기록을 되돌려 읽어야 하는 문제가 없습니다. 대신 다음 두 가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 기록이 누군가에 의해 위조되지 않았다는 것
- 돈을 쓰는 거래가 대응하는 개인키로 승인되었다는 것
이 역할을 맡는 대표적인 도구가 해시와 전자 서명입니다. 해시는 기록에 손을 댔는지 드러내는 지문과 같고, 전자 서명은 대응하는 개인키를 사용해 거래를 승인했음을 검증하는 수단입니다. 이는 신원이나 정당한 소유자를 보증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개인키를 탈취한 사람도 그 키로는 유효한 서명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해시와 전자 서명은 내용을 감추는 도구가 아닙니다. 기록을 모두가 보게 두고, 그 기록이 바뀌었는지와 거래가 대응하는 개인키로 승인되었는지를 검증하는 도구입니다. 비트코인의 공개 장부는 숨기는 대신 증명하는 방식으로 보호됩니다.
암호학과 암호화는 다르다
‘암호화폐’라는 이름의 앞부분은 암호화만이 아니라 암호학이라는 학문을 가리키는 표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암호학에는 내용을 잠그는 암호화뿐 아니라 해시와 전자 서명처럼 위조를 막고 거래 승인을 검증하는 기술도 포함됩니다.
비트코인이 사용하는 핵심 도구는 공개 장부를 보호하는 쪽의 기술입니다. 우리말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암호화’라는 글자가 앞에 붙으면서 잠겨 있는 비밀스러운 돈이라는 인상이 생겼지만, 실제 거래 기록은 누구나 확인할 수 있을 만큼 공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비트코인을 이해할 때는 이름이 주는 인상보다 구조를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비트코인은 장부를 잠가 숨기는 시스템이 아니라, 장부를 공개하고 해시와 전자 서명으로 위조와 무단 사용을 검증하는 시스템입니다. 다만 전자 서명이 신원이나 실제 소유자를 보증하는 것은 아니며, 개인키가 탈취되면 탈취자가 유효한 서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정리
- 암호화는 열쇠를 가진 사람만 읽도록 내용을 잠그고 나중에 복원하는 기술입니다.
- 비트코인의 전체장부는 잠겨 있지 않고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습니다.
- 해시는 기록의 변경을 드러내고, 전자 서명은 대응하는 개인키에 의한 거래 승인을 검증합니다.
- 전자 서명은 신원이나 정당한 소유자를 보증하지 않으며, 개인키를 탈취한 사람도 유효한 서명을 만들 수 있습니다.
- 비트코인이 활용하는 암호학과 내용을 숨기는 암호화는 같은 뜻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