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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화와 탈중앙화

한 곳이 맡는 중앙화

중앙화는 기록과 결정을 한 곳이 도맡는 방식입니다. 은행 한 곳이 통장의 숫자를 관리하는 모습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평소에는 편리합니다. 앱을 열어 잔액을 확인할 수 있고, 문제가 생기면 은행에 문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통장에 찍힌 돈은 실제로 은행 전산실 컴퓨터에 기록된 숫자입니다.

은행 전산에 장애가 생기면 월급날 송금이 밀리고, 가게의 카드 결제가 멈추며, 현금 인출까지 막힐 수 있습니다. 내 잘못이 없어도 내 돈이 멈추는 상황입니다. 전체가 한 지점에 매달려 있어서 그 지점이 무너지면 함께 멈추는 급소를 단일 실패점이라고 부릅니다.

해외 송금에서는 이런 의존 관계가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돈은 내 은행을 출발해 중계 은행이라는 정거장을 거쳐 받는 나라의 은행에 도착합니다. 정거장마다 영업시간과 확인 절차가 있고 수수료도 겹칠 수 있습니다. 중간 정거장 가운데 한 곳만 문을 닫아도 전체 경로가 끊길 수 있습니다.

장부를 나누어 갖는 탈중앙화

탈중앙화는 한 명의 책임자에게 기록과 결정을 맡기지 않고, 참여자들이 기록과 검사를 나누어 맡는 방식입니다.

열 명이 곗돈을 모으는데 총무 한 사람만 장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총무와 연락이 끊기거나 장부를 잃어버리면 누가 얼마를 냈는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총무가 숫자를 몰래 고쳐도 나머지 아홉 명은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방법은 열 명 모두가 장부 사본을 한 부씩 들고, 모일 때마다 서로 맞춰 보는 것입니다. 한 명이 빠져도 아홉 부의 장부가 남습니다. 한 사람이 자기 사본의 숫자를 몰래 고쳐도 다른 사람들의 장부와 대조하면 차이가 드러납니다.

관리자가 사라진 자리를 서로 대조하고 검사하는 절차가 채우는 방식입니다. 장부를 잃어버릴 걱정과 누군가 장부를 몰래 고칠 걱정은 줄어들지만, 관리자가 한 곳에서 처리해 주는 편리함도 일부 줄어듭니다.

비트코인의 분산된 기록과 검증

비트코인은 이러한 장부 사본의 구조를 전 세계 규모로 확장한 네트워크입니다. 거래 기록은 전체장부에 담기지만, 특정 회사의 서버 한 곳이 장부를 독점하지 않습니다. 전 세계의 수많은 컴퓨터가 같은 장부의 사본을 보관합니다.

새 거래가 생기면 옆 컴퓨터에서 옆 컴퓨터로 퍼져 나갑니다. 사본을 가진 컴퓨터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거래가 규칙에 맞는지 검사합니다. 규칙에 맞는 거래만 장부에 기록됩니다. 본사나 대표 전화, 허락을 받는 중앙 창구가 필요한 구조가 아닙니다.

어느 한 컴퓨터가 꺼져도 다른 컴퓨터들이 기록을 이어 갑니다. 한 나라에서 전원이 내려가더라도 다른 지역의 참여자들이 네트워크를 계속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점검 시간이나 영업시간 없이 계속 작동하도록, 처음부터 한 곳의 정지에 전체가 의존하지 않는 구조를 만든 것입니다.

책임자가 없으면 엉망이 되지 않을까요

책임자가 없으면 아무나 규칙을 바꿀 것 같지만, 비트코인에서는 각 노드가 자신이 실행하는 규칙에 따라 기록을 검사합니다. 규칙에 어긋난 기록은 각자의 컴퓨터가 그 자리에서 거절합니다.

비트코인에서는 규칙을 바꾸려는 참여자가 새 규칙을 선택해 실행할 수 있습니다. 기존 규칙과 호환되지 않는 변경을 일부 참여자만 채택하면, 이를 채택하지 않은 참여자와 체인이 갈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참여자가 새 규칙을 채택했다고 해서 각자의 검증 규칙이 자동으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탈중앙화는 질서를 버리는 방식이 아닙니다. 한 곳이 독점하던 문지기와 검사자의 역할을 네트워크 전체로 넓히는 방식입니다.

중앙화와 탈중앙화의 맞바꿈

중앙화가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한 곳이 맡으면 처리가 빠르고, 잘못 보낸 돈을 되돌려 달라고 요청할 창구가 생깁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물을 상대도 분명합니다.

탈중앙화는 이러한 편의를 일부 내주고, 한 곳이 꺼져도 이어지는 성질을 얻습니다. 비트코인에서는 각 노드가 기록을 검증하므로, 한 기관의 장부를 고친다고 다른 노드가 그 기록을 받아들이지는 않습니다.

구분중앙화탈중앙화
기록과 결정한 곳이 관리여러 참여자가 나누어 관리
장애의 영향중앙 지점이 멈추면 전체가 멈출 수 있음일부가 멈춰도 다른 참여자가 이어 감
처리와 책임빠르고 책임질 상대가 분명함중앙 창구와 단일 책임자가 없음
검증 방식중앙 관리자가 검사참여자들이 같은 규칙으로 검사

탈중앙화는 있고 없고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도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사본을 보관하는 참여자가 얼마나 많고 넓게 흩어져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참여자 수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며, 특정 지역이나 운영 주체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지 않은지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중앙화는 편리하지만 특정 기관에 대한 의존이 전체 서비스의 급소가 될 수 있습니다. 탈중앙화는 참여자들이 장부와 검사를 나누어 맡아 한 곳이 꺼져도 이어지는 구조를 지향합니다. 그렇다면 내가 쓰는 돈의 장부에는 지금 급소가 몇 개나 있을까요?

관련 개념은 P2P전체장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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