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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된 돈의 조건과 고정 발행량

다리와 비행기를 설계하듯 돈도 설계할 수 있을까요. 마이클 세일러는 화폐를 주어진 제도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어떤 규칙으로 작동하는지 따져 볼 대상으로 봅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발행량을 임의로 늘리기 어려운 구조와 그 규칙을 유지하는 장치입니다.

이 글은 세일러의 강연·인터뷰·글을 아닐 파텔이 엮은 The Treasury of Michael Saylor를 바탕으로 그의 설계 관점을 설명합니다. 공급량에 관한 기술적 성질과 돈의 가치에 관한 평가는 구분해서 읽어야 합니다.

돈을 만드는 권한에서 작동 규칙으로

세일러가 말하는 엔지니어의 태도는 주변을 관찰하고, 쓸 수 있는 재료와 기술로 더 나은 것을 만드는 일입니다. 렌즈를 다듬어 만든 망원경은 하늘을 보는 방식을 바꿨고, 새로운 계산법과 강한 금속은 물리학과 건축의 가능성을 넓혔습니다. 그는 화폐도 이런 설계의 역사 안에 놓습니다.

그의 구분에서 돈이 되는 방식은 둘입니다. 권한을 가진 주체가 돈이라고 정하는 방식과, 사람들이 유용한 설계를 받아들여 쓰는 방식입니다. 뒤쪽을 강조하려고 그가 사용하는 표현이 ‘설계된 돈’입니다. 다만 실제 화폐의 사용에는 법적 지위, 신뢰, 거래 상대의 수용 여부도 영향을 줍니다. 설계의 성질만으로 어떤 돈이 널리 쓰일지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새지 않는 그릇이라는 비유

세일러는 돈을 노동과 시간이 응축된 ‘경제적 에너지’로 표현합니다. 그 에너지를 담는 수단은 새는 수영장이나 금이 간 배처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여기서 새어 나간다는 말은 추가 발행으로 보유자의 몫이 희석되는 상황을 가리킵니다.

이 비유를 열역학의 폐쇄계와 같은 뜻으로 받아들이면 문제가 생깁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유지하려면 전력과 장비가 필요합니다. 공급이 제한되어 있어도 시장 수요가 줄면 가격과 구매력이 내려갈 수 있습니다. 발행에 따른 희석을 제한하는 것과 경제적 가치를 손실 없이 보존하는 것은 서로 다른 조건입니다.

윤리·경제·공학이라는 세 다리

세일러는 설계의 조건을 세 다리 의자에 빗댑니다. 하나가 빠지면 전체가 서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 윤리: 설계자가 규칙을 공개한 뒤 그 위에서 계속 특권을 행사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그는 창시자가 물러난 점을 높이 평가하지만, 이를 창시자가 아무런 보유분도 얻지 않았다는 주장으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 경제: 발행 규칙을 예측할 수 있고, 누군가 필요에 따라 공급을 늘리기 어려워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비트코인의 현행 합의 규칙은 총발행량을 약 2,100만 BTC로 제한합니다.
  • 공학: 공개된 규칙을 실제 네트워크가 유지하도록 만드는 장치입니다. 세일러는 난도 조정을 그 사례로 듭니다.

난도 조정은 온도조절기처럼 목표에서 벗어나는 정도를 반영합니다. 다만 참여자 수를 직접 세는 것은 아닙니다. 일정 구간의 블록 생성 시간을 바탕으로 다음 구간의 작업 난도를 조정합니다. 비트코인 개발 문서는 이 조정이 2,016블록마다 이루어진다고 설명합니다.

발행 규칙도 자연법칙처럼 변경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코드를 바꾸는 일과 네트워크의 다른 참여자가 그 변경을 받아들이는 일은 다릅니다. 한 기관의 명령이나 단순한 표결로 기존 참여자 모두에게 새로운 발행 규칙을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세일러의 설계 관점은 “누가 돈을 정하는가”에 더해 “누가 규칙을 바꿀 수 있는가”를 묻게 합니다. 그 질문은 유용하지만, 고정 발행량만으로 미래 구매력을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관련 문서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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