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과 물가상승률
물가가 3% 올랐다는 말은 지난해와 같은 물건 묶음의 가격을 비교한 결과입니다. 린 앨든은 여기에 다른 질문을 덧붙입니다. 기술 덕분에 생산 비용이 내려갈 수 있었다면, 관측된 물가 상승만으로 돈의 구매력 변화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이 글은 그의 2022년 글 What is Money, Anyway?에서 제시한 관점을 다룹니다.
기술은 생산 비용을 낮출 수 있습니다
손으로 하던 농사를 기계가 대신하면 같은 수확을 얻는 데 필요한 노동이 줄어듭니다. 농업에 종사해야 하는 사람이 줄면서 다른 물건과 서비스를 만드는 데 노동을 쓸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에너지를 활용하는 기계와 기술은 이런 변화를 확대해 왔습니다.
텔레비전과 휴대전화는 성능이 좋아지면서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되었습니다. 앨든은 이를 생산성 향상이 가격을 낮추는 사례로 듭니다. 과거에는 비싸고 기능이 제한된 기기였지만 이제는 훨씬 많은 기능을 작은 기기에 담습니다.
그렇다고 기술 발전이 모든 물건의 가격을 언제나 낮추는 것은 아닙니다. 자원과 노동의 공급, 수요, 품질 변화도 가격에 영향을 줍니다. 앨든이 강조하는 것은 물가에 영향을 주는 힘 가운데 생산 비용을 낮추는 방향도 있다는 점입니다.
영국 장기 자료를 읽는 두 방식
앨든은 1875~2019년 영국 자료를 비교하면서 1인당 통화량은 연평균 약 5.3%, 소비자물가는 약 3.1% 증가했다고 소개합니다. 두 비율의 차이는 2.2%포인트입니다. 그는 이 차이를 생산성 향상에 따른 가격 하락 효과를 가늠하는 매우 거친 추정으로 사용합니다.
이 계산에서 물가는 0에서 3.1% 오른 것이 아니라, 생산성으로 하락할 수 있었던 기준에서 통화의 영향을 받아 오른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두 증가율의 차이가 실제 생산성 증가율로 측정된 것은 아닙니다. 통화 수요와 유통 속도, 물가지수의 구성, 소득과 통화 보유의 분포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앨든 자신도 이 계산의 한계를 인정합니다. 오랜 기간 같은 물건 묶음을 유지하기 어렵고, 전체 통화량과 중간 소득자의 생활비가 같은 비율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2.2%를 어느 해나 어느 나라에나 적용되는 생산성 수치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가격을 재는가
앨든은 금과 파운드로 상품 가격을 각각 비교합니다. 금으로 살 수 있는 상품의 양과 파운드로 살 수 있는 양이 서로 다르게 움직였다는 관찰입니다. 그의 자료에서는 금의 파운드 표시 가격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았던 장기 구간이 나타납니다.
금도 채굴 기술의 영향을 받지만 쉽게 개발할 수 있는 매장지의 감소가 공급 확대를 제약할 수 있습니다. 앨든은 이를 ‘난이도 조정’에 비유합니다. 금 채굴의 효율이 전혀 개선되지 않는다는 뜻이나 비트코인의 난도 조정과 같은 규칙이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비교는 측정 단위에 따라 장기 가격의 모습이 달라짐을 보여 줍니다. 특정 과거 구간에 금의 구매력이 높아졌다는 관찰이 앞으로의 가격이나 구매력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저자의 정의와 물가지수의 목적
앨든은 1인당 통화량 증가를 ‘진짜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르며 통화 공급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는 그의 분석 용어입니다.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은 경제 전반의 물가 수준이 상승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물가지수는 사람들이 실제로 치르는 가격의 변화를 측정하려는 도구입니다. 통화가 늘어도 생산이나 통화 수요가 함께 바뀌면 물가의 반응은 달라집니다. 따라서 통화량과 물가지수는 같은 숫자가 되어야 하는 경쟁 지표가 아니라 서로 다른 대상을 보여 줍니다.
이 글의 질문은 공식 물가를 틀린 숫자라고 치부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축을 살필 때 명목 잔액과 생활비, 생산성, 통화 공급을 각각 구분해 보자는 것입니다. 기본 개념은 인플레이션에서 이어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