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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담보와 화폐의 조건

온도와 습도를 관리하는 창고에 쌓인 치즈가 대출 담보가 될 수 있습니다. 금고에 금괴가 있어야만 돈을 빌려 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린 앨든은 2022년 글 What is Money, Anyway?에 이탈리아의 크레디토 에밀리아노 은행 사례를 소개하며 담보와 화폐의 공통점과 차이를 설명합니다.

숙성하는 동안 묶이는 자금

치즈 생산자는 우유와 인건비를 먼저 지급하지만 숙성한 치즈를 파는 시점은 훨씬 뒤입니다. 좋은 제품을 만들고 있어도 그 사이에 쓸 자금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은행이 보관 중인 치즈를 담보로 받아 대출하면 생산자는 판매를 기다리는 동안 필요한 비용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앨든이 소개한 사례에서는 긴 숙성 기간과 높은 단위당 가치가 중요합니다. 파르메산은 적절한 환경에서 보관하며 숙성시킬 수 있고, 등급과 숙성 상태에 따라 시장 가격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식품처럼 며칠 안에 팔지 못하면 곧바로 쓸모가 없어지는 조건과는 다릅니다.

그가 인용한 보도에서 치즈 생산자 주세페 몬타나리는 담보 대출을 생산을 이어 갈 수 있게 하는 통로로 평가합니다.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면 숙성을 서두르거나 자산을 급하게 팔 필요가 줄어듭니다. 은행은 채무가 이행되지 않을 때 처분할 수 있는 자산을 확보합니다.

오래 보관하고, 값을 매기고, 팔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사례에서 담보의 첫 조건은 보관입니다. 품질을 유지하거나 숙성을 통해 가치를 높이려면 창고와 관리가 필요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무조건 값이 오르거나 손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보관 실패와 시장 가격 하락의 위험은 남습니다.

두 번째는 평가입니다. 어떤 등급의 치즈가 어느 상태로 얼마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대출 규모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단지 누군가 귀하게 여긴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한 담보가 되지는 않습니다.

세 번째는 처분 가능성입니다. 은행이 치즈를 인수하게 되더라도 이를 살 시장이 있어야 합니다. 다만 시장이 있다는 사실이 언제든 원하는 가격으로 전량을 팔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대출과 담보의 가치를 비교할 때는 이런 차이도 고려해야 합니다.

담보가 된다고 화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내구성과 검증가능성, 수요가 있다는 점은 화폐의 속성과 겹칩니다. 그러나 담보는 거래할 때마다 직접 건네는 물건일 필요가 없습니다. 대출이 유지되는 동안 창고에 있어도 됩니다.

반면 일상의 교환 수단은 작은 금액을 나누어 지급하고 여러 장소로 옮기기 쉬워야 합니다. 큰 치즈 바퀴에서 커피 한 잔 값만큼 잘라 매번 품질을 확인하고 운반하는 방식은 번거롭습니다. 잘라 나눌 수 있다는 물리적 성질과 화폐 단위를 안정적으로 나누어 쓰는 성질은 같지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모피를 보관하고 청구권을 주거나, 가축을 회계 단위로 쓰거나, 직물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관한 사례도 있습니다. 어떤 물건이 담보나 계산의 기준이 되는지는 지역의 생산과 거래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앨든이 치즈를 예로 드는 이유는 값 있는 물건, 값을 저장할 수 있는 물건, 널리 교환되는 돈을 구분하기 위해서입니다. 한 가지 역할에 적합하다는 이유만으로 나머지 역할까지 잘 수행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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